스타트업 · 4
  1. 2026
  2. e ∈ F2026.01.20
  3. 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12026.01.20
  4. 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32026.01.20
  5. 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22026.01.20

e ∈ F

2026.01.20 · 스타트업

제조란 무엇일까?

나는 제조를 “물건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며 깊게 들여다보니 제조는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표준으로 삼을지 무엇을 예외로 둘지 누구를 중심에 두고 누구를 가장자리로 밀어낼지

그 선택들이 쌓여 공장과 공급망이 되고 가격표와 규격이된다

대량생산은 위대했다

우리는 “많이 만들수록 싸진다”는 규모의 경제라 불리우는 마법을 통해 풍요를 얻었다.

하지만 그 주문에는 늘 숨은 전제가 있었다

사람은 대체로 비슷하다.

혹은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간의 차이는 제품 설계에서 무시해도 되는 정도다”라는 생각

그 믿음이 표준을 만들고 표준이 평균을 만들고 평균이 곧 인간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평균은 누구의 얼굴일까?

손이 큰 사람에게 평균은 작고 손이 작은 사람에게 평균은 크다

누군가에게 평균은 그럭저럭이고 누군가에게 평균은 늘 불편한 채로 살아야 한다이다

여기서 제조는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하나의 윤리가 된다

이퀘이션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

같이 게임을 즐기는 친구에게 마우스를 선물했지만 내가 잘 쓰던 것과 똑같은 마우스를 선물했음에도 크기와 모양이 그 친구의 손과 맞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마우스를 처음 손에 쥐어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명제는

마우스는 공산품이고 그렇기에 마우스를 내 손에 맞추는 것보다 내 손을 마우스에 맞추는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마우스처럼 오랜 시간 손에 쥐고 사용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조차 개인화가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해보이기 시작했다.

비용과 효율이라는 자본의 파도에 압도되어 감히 흐름을 거스를 생각을 해보지 못한것이 아닐까?

우리 이퀘이션이 하려는 일은 그 불편의 책임을 뒤집는 것이다.

사람이 제품에 맞추는 시대에서, 제품이 사람에게 맞춰지는 시대로.

그 변화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100톤짜리 철덩어리가 하늘을 나는 것도 불가능이 아니였나?


이퀘이션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다.

형태는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입력에 의해 생성되는 결과다.

마우스는 더 이상 단일한 “제품”이 아니다.

손이라는 미지수를 넣으면 각기 다른 해답이 나오는 함수에 가까워진다.

이때 제조는 “같은 것을 반복 생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다름을 안정적으로 생성”하는 기술이 된다.

우리는 마우스로 시작하지만 손에 쥐고 사용하는 다른 도구들에도 똑같이 적용가능하다.

여기서 제조의 중심은 금형에서 데이터로 옮겨간다.

금형은 한 번 만들면 그 형상을 수천번-수만번 복제하는 장치다.

반면 데이터 기반 생성은 매번 다른 형상을 만들면서도 그 차이를 오류가 아니라 의도로 유지하는 장치다.

제조업이 오랫동안 싸워온 적은 비용이었다.

그래서 규모를 키웠고, 공정을 세분화했고, 공급망을 최적화했다.

하지만 개인화 제조에서 적은 비용만이 아니다.

낭비가 적이다.

재고 낭비, 반품 낭비, 과잉 생산, 운송 낭비. 대량생산은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틀릴 자유도 크게 만든다.

예측이 빗나가면 창고에 쌓이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과거의 실수다.

이퀘이션의 방식은 매번 다른 것을 생산하기 때문에 그 실수를 구조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

나는 이 방향이 제조의 다음 문법 중 하나가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퀘이션이 맞서는 것은 마우스가 아니라 평균이라는 오래된 신화이기 때문이다.

평균이 모든 사람을 대표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 때문에 누군가는 매일 손목 통증을 참고 어깨의 뻐근함을 당연시하고 통증을 열심히 일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결국 이퀘이션은 제조업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대량으로 만들고 있는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드는 동시에 불편도 대량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을 평균으로 평평하게 만든 뒤 그 평평함을 효율이라고 부르고 있지는 않은지

이퀘이션이 방정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 그래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방정식은 정답을 하나로 강요하지 않는다.

미지수가 달라지면 해도 달라진다.

손이 다르면 마우스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 변화가 오차가 아니라 의도가 될 때

제조는 마침내 사람을 표준에 맞추는 기술에서 사람의 차이를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로 넘어간다.


내가 이러한 생각이 들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여러가지 작은 성공을 해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성취들 속에서 난 항상 혼자가 아니였다. 훌륭한 팀에서 셀 수 없는 도움과 좋은 자극을 받았다.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당사자들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불확실로 가득 찬 어두운 숲을 함께 걷기로 한 공동창업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